목록Reading Diary (53)
Reading Diary

한동안 게으르게 지낸 탓에 그리 많은 글을 쓰지 않았다. 여전히 하는 일은 많은 듯 많지 않고, 적은 듯 적지 않고,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또 심심하기도 한 인간의 모순을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거두절미하고 오랜만에 쓰는 독서감상문의 주인공은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김영하 작가를 알게 된다. 나도 그 유명세를 듣고 읽을까 시도도 해 보았지만 영 와닿지가 않았었다. 그러다 유학당시 알쓸신잡에 나온 김영하 작가의 짤을 유투브로 보게 되었다.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푸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아마 알쓸신잡 1기에서 김영하작가가 자신의 신간을 소개했는데, 그 신간이 '오직 두 사람'이었다. 이미 알쓸신잡에서 관심이 많이 생겼던 터라..

"왜 아무리 쉬어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 걸까" 라는 문구를 보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나는 최근 불면증 아닌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 못 자는게 아니라 안 자는 것에 가까웠는데, 시간이 아깝다기 보다는 '잠이 오지 않는데 자려고 시도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출근을 하지 않는 나는 굳이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고, 그렇다면 잠이 올때 자고 잠이 깨면 일어나고 깨어있는 동안에 생산적인 활동을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문제는 그런 생활을 하다보니 수면 시간이 불규칙 했고 아주 가끔 일찍 일어나야 할 일이 있어도 전날 일찍 잠에 들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하루만 무리하면 되는 탓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수면 부족 상태에서 일어나는 눈에 피로감과 두통은 정말 불쾌했다. 수..

한 번 읽으면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 책,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던 기억을 더듬어 본다. 한참 이 책이 유명했을 때, 나는 소설에 관심이 없었다. 쏟아져나오는 자기 개발서와 비문학을 읽느라 여념이 없어 소설 쪽은 처다보지도 않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이년 전 쯤, 한 참 한국 책이 고팠을 때 같이 강의를 듣던 오빠에게 ‘한글 책 있으시면 교환하실래요?’ 하고 넌지시 물었다. (물론 교환해서 읽고 돌려준다는 의미였다.) 당시에 나는 아마 이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 이나 파울료 코엘료의 ‘불륜’을 빌려주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읽게 된 한강의 채식주의자. 당시에는 공부하랴 돈 벌랴 시간이 없어, 쉬는 시간마다 책을 읽었다.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소설은 몰입도가 엄청나다. 빠져들면 내용이 쉽게..

언젠가 한번 포스팅 한 적이 있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 ‘하드보일드 하드 럭’이다. 하드보일드 와 하드 럭 의 두 부재로 나누어지는 이야기. 둘 다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을 소재로 했다. 하드보일드는 갑작스러운 헤어진 ‘연인’의 상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소 기묘한 한밤의 꿈을 통해 묘사했다. 하드 럭 은 사랑하는 ‘언니’의 상실이다. 가족의 상실을 다루었다. 많이 아픈 언니를 보내고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하드보일드’는 조금 기묘하고 음침한 밤의 이야기다. 동거를 하던 연인과 헤어지고 얼마 후, 친구로부터 집(그녀와 함께 동거하던)에 불이 났고 연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녀는 그녀를 추억하며(그렇다. 동성이다.) 여행을 하는데, 기묘한 일을 경험한다. 줍지도 않은 작은..

격리기간에 책이나 읽자 하고 잔뜩 주문했던 책들 중 하나인 ‘녹나무의 파수꾼’이다. 히가시노 게이코는 워낙 유명한 일본 작가이지만 사실 소재나 전개 방식이 내 취향은 아니라 많이 접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몇 년 전, 아는 지인의 부탁으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소설 책을 전달하며 비행기 안에서 완독한 적이 있다. 비행시간이 13시간이라 지루함을 잊기에 딱 좋겠다 싶어 선택한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후에 영화도 보았지만 판타지가 섞인 만큼 잘 표현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나인’ 같은 드라마는 연출이 정말 훌룡하다.) 격리기간에 책을 사려고 하자, 모르는 작가들이 많았다.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소설’이 없었다. 그 와중에 구입한 소설 중 하나가 이 작품이었다..

책을 읽은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책을 읽는 건 순식간인데 글을 쓰는 건 오래 걸려 미루고 미루다보니 읽은 책만 쌓여간다. 강릉가는 길, 계속되는 장마로 빗소리를 들으며 몇시간 째 뒷자석에 얌전히 앉아 있다. 그러다 유투브를 보는데, ‘효율적인 시간 분배’에 대한 영상이었다. 그래서 영상을 보다, ‘그래! 어차피 뒤에 앉아 있을거면 글이나 써야겠다.’ 생각했다. 빵과 스푸,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제목많으로 따듯하고 소박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넉넉하고 따사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제목대로 식당을 시작한 일생을 담담하게 그려가는 이야기다. 여자의 어린시절과 배경 이야기가 간략하게 묘사된다. (1/3정도) 그리고 결국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엄마가 하던 가게를 리모델링해서 식당을 꾸린다..

오래 준비해온 대답 국내도서 저자 : 김영하(Young Ha Kim) 출판 : 복복서가 2020.04.29 상세보기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에 한 곳을 꼽는다면 '광화문 교보문고' 다. 이런저런 많은 책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는 것도, 온 매장에서 풍기는 종이 냄새도 좋다. 무엇보다 여기저기 책을 읽을 수 있게 앉을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귀여운 문구를 파는 매장도 함께 있다. 자그마한 카페도 있지만 거의 들러본 적이 없다. 광화문 교보문고를 가면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둘러본다. 어릴 때는 베스트 셀러를 닥치는 대로 읽었고, 우리나라에 자기개발서 열풍이 인 뒤로 고등학교 시절에는 자기개발서와 에세이를 많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소설을 좋아하는 평범한 어른이가 되었다. 언니에게 선물할 책을 고르..

말의 품격 국내도서 저자 : 이기주 출판 : 황소북스 2017.05.29 상세보기 처음 읽었던 이기주 작가님의 책은 였다. 아마 유학 중 이년만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 일 것이다. 여느 때 처럼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읽을 만한 책을 찾아 두손 가득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깔끔한 보랏빛으로 단장한 언어의 온도는 이미 베스트셀러로 올라 메인 진열대를 장식하고 있었다. 책을 펴 손에 짚히는 한 페이지를 읽었다. 그리고 책을 구입했다. 무엇을 기준으로 책을 고르는가 하고 묻는다면, '문체'라고 대답한다. 책을 들도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는다. 앞뒤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게 잘 읽히는가' 다. 선호하는 문체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딱딱한 문체는 읽기 부담스러운 감이 있..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국내도서 저자 : 강화길,최은영,김봉곤,이현석,김초엽 출판 : 문학동네 2020.04.08 상세보기 소설가 김봉곤의 삶을 그린 김봉곤의 '그런 생활'은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 소설가 김봉곤님의 소설이 상을 받고 세간에 그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벌어지는 그의 주변 이야기와 그의 연애이야기가 함께 녹아 있다. 너무나 많이 회자되었던 소재이자, 그럼에도 아직은 희소한 동성끼리의 만남에 대한 세간의 시선, 그리고 지금은 다소 대중화 되어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 그들의 연애. 시중에 있는 많은 작품에서 동성애에 대한 환상과 더불어 선입견도 함께 존재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동성애는 주위의 반대를 극복하고 (주의에서 그들을 이상하게 여기고 대하는 시련을 보여..

꿀벌과 천둥 국내도서 저자 : 온다 리쿠(Onda Riku) / 김선영역 출판 : 현대문학 2017.07.31 상세보기 은 피아노 콩쿠르를 소재로 한 온다 리쿠의 장편 소설이다. 이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꼬박 7년의 시간을 들여야 했다는 작가는 몇번이나 콩쿠르를 관람하고 취재하며 생동감 넘치는 현장을 그대로 전해준다. 피아노 콩쿠르에 대한 관심도 없거니와 연주회라면 모를까 대회를 참관한 적은 더더욱 없던 나로서도 그 긴장감과 중압감이 그대로 전해와 책을 쉬이 덮을 수 없었다. 이 책에서 시사하는 '꿀벌과 천둥'은 아마도 해성처럼등장한 양봉꾼의 아들인 가자마 진 일 것이다. 가자마 진은 그야말로 천재적 음악성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한번도 정규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이 아이를 엘리트 집단들..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국내도서 저자 : 강화길,최은영,김봉곤,이현석,김초엽 출판 : 문학동네 2020.04.08 상세보기 는 비슷한 길을 먼저 걸어가는 듯한 여자를 동경한 여자의 이야기다. 그녀와의 짧은 만남과 이별을 바탕으로 그리는 짧은 단편소설로, 인생의 선배를 동경한 여자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그녀의 에세이를 찾아보고, 그녀가 자신과 비슷한 곳을 방문하거나 비슷한 행보를 보였던 흔적을 보며 좋아하는 모습. 혹여 자신의 발언이 무례가 될까 조심하는 모습은 누군가를 동경할 때 나타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런 그녀를 응원하는 책의 화자는 후에 어디서도 그녀의 모습을 찾지 못하게 되고 안타까워한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며 학문에 뜻을 두고 살아가는 그녀는 화자의 롤 모델이 ..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국내도서 저자 : 강화길,최은영,김봉곤,이현석,김초엽 출판 : 문학동네 2020.04.08 상세보기 '음복(飮福)'은 제사를 지낸 뒤에 제사에 쓰인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는 뜻과 '음복(陰伏)'이라는 엎드려 숨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시댁에서 제사를 지낸 후에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이야기를 며느리의 시점에서 써내려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의 예정된 주인공이었던 남편은 시댁에서 일어나는 눈치싸움에서 쏙 빠진 채 눈치가 없는 척 무던한 척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살아가고 있다. 그의 시어머니는 할머니나 고모(남편의 누나)가 그에게 화가 나 있다는 것을, 그를 사랑하기만 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지 못했으면 했고, 그걸 모르는지 모르는 채 하는 것인지 눈치없이 행동하는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