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Diary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by 최은영 본문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비슷한 길을 먼저 걸어가는 듯한 여자를 동경한 여자의 이야기다. 그녀와의 짧은 만남과 이별을 바탕으로 그리는 짧은 단편소설로, 인생의 선배를 동경한 여자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그녀의 에세이를 찾아보고, 그녀가 자신과 비슷한 곳을 방문하거나 비슷한 행보를 보였던 흔적을 보며 좋아하는 모습. 혹여 자신의 발언이 무례가 될까 조심하는 모습은 누군가를 동경할 때 나타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런 그녀를 응원하는 책의 화자는 후에 어디서도 그녀의 모습을 찾지 못하게 되고 안타까워한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며 학문에 뜻을 두고 살아가는 그녀는 화자의 롤 모델이 되었고, 어느순간 그 활동을 멈춘 모습을 보며 불안해 졌던 것이 아닐까.
책에 중간중간에 묘사되는 자잘한 사건들은 여러 생각을 불러 온다. 사람들이 생각할 인식이 두려워 적당히 숨어서 이야기하는 글을 쓰는 주인공과 그 이야기를 평가하는 사람들. 주인공의 말을 끊고 중요한건 그런게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학생을 제지하며 누군가의 발언권을 침해하고 폄하한 학생에게 정중한 사과를 요구하는 강사(동경의 여자). 바보같은 의견은 힘을 같지 못하겠지만 이를 발언하는 사람까지 무시하는 (말을 끊는 식의) '무례한' 행동을 지적하는 모습은 이상깊었다. 더군다나 주관적인 이야기라면 잘못된 의견따위는 없다.
주인공은 강사의 전문분야에 대해 잘 아는 듯 무례하게 이야기하는 학생들의 태도를 보고 그녀가 비정규직 강사이자 여자라서 그런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강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밖에서부터 문제를 찾는 것은 하등 도움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누구도 확연하게 '이것 때문이다!'라고 말 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녀가 여자이면서 비정규직 강사라도 뛰어난 업적과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녀의 분야에서 누구나 선망하는 대상이라면 대우는 학생들의 태도는 다를지 모른다. 그녀가 남자라도 만만해보이는 사람이었다면 같은 대우를 받았을지 모르며, 그녀가 정 교수라도 젊은 교수가 받는 대우는 연배 높은 교수가 받을 존중 과는 다를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여자이고 비정규직 이라는 사실이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어차피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일이라면,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여자라서' 보다는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부분으로 채워가는 것이 맞다는 판단일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책 뒤에 수록된 '작가의 말'이 보다 기억에 남았다. 작가는 지난 시간 다소 힘든 일을 겪은 듯 보였고, 그로 인해 장기간 글을 쓰지 못했다고 했다. 여러가지 일을 겪고 더이상 세상을 전처럼 따듯하게 볼 수 없게 되어버린 본인이 앞으로도 글을 쓰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가 무슨일을 겪고 어떻게 생각이 바뀌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가 쓰는 글은 <쇼코의 미소> 에서도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에서도 따듯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조금은 모나고 연약하고 강한척하는 어딘가 모자란 캐릭터들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그런 모자란 캐릭터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풀어내는 매력이 있다. 그녀가 잘 이겨내고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Reading Diary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녹나무의 파수꾼 (0) | 2020.08.02 |
---|---|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0) | 2020.08.01 |
그런 생활 by 김봉곤 (0) | 2020.05.30 |
꿀벌과 천둥 by 온다 리쿠 (0) | 2020.05.18 |
음복 by 강화길 - 2020 제 1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0) | 2020.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