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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또 읽는 소설, <오직 두 사람>

Lamore 2020. 9. 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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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표지

 한동안 게으르게 지낸 탓에 그리 많은 글을 쓰지 않았다. 여전히 하는 일은 많은 듯 많지 않고, 적은 듯 적지 않고,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또 심심하기도 한 인간의 모순을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거두절미하고 오랜만에 쓰는 독서감상문의 주인공은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김영하 작가를 알게 된다. 나도 그 유명세를 듣고 읽을까 시도도 해 보았지만 영 와닿지가 않았었다. 그러다 유학당시 알쓸신잡에 나온 김영하 작가의 짤을 유투브로 보게 되었다.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푸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아마 알쓸신잡 1기에서 김영하작가가 자신의 신간을 소개했는데, 그 신간이 '오직 두 사람'이었다. 이미 알쓸신잡에서 관심이 많이 생겼던 터라, 한국에 잠깐 들른 차에 서점을 들러 구입했었다. 그리고 김영하 작가의 팬이 되었다.

 

 '오직 두 사람'은 이 단편 소설집의 한 단편소설의 제목이다. 아마 책의 첫 번째 순서였던 걸로 기억한다. 오직 단 둘이서만 공감하는 언어가 있는 딸과 아버지의 이야기. 스스로에게 공감하며, 스스로를 이해하는 이 둘은 다른 사람들에게 소외감을 주기도 하지만 더 없이 특별한 존재임은 틀림없다. 그로인해 경험할 수 있었던 것들, 그리고 자연히 싹트는 기대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생기는 서로의 거리, 그리고 결국 그 한 사람이 먼저 떠났을 때, 남은 사람이 알게 되는 공백이 주는 공허함. 이 모든 것을 한 사람의 삶에 대한 회상과 현재에 비추어 풀어간다. 어찌 보면 이 이야기를 어떻게 단편 소설 안에 다 넣을 수 있었을까 싶다가도, 단편 소설이기에 이정도 여운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소설은, '아이를 찾습니다.'

 

 정말,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다. 어떻게 이렇게 잔인한 현실을 그대로 그려내었을까.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과 그로 인한 여파,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 마지막에 잃어버린 아이를 찾은 이들. 보통은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다음의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다. 오랜 시간 찾아 해맨 끝에 되찾은 아들은 그들을 반기지 않는다. 갓난아이 때 그들과 이별한 아이는 친부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사실은 너를 길러준 엄마가 납치범이고 우리가 진짜 부모란다. ' 한 들, 기쁘게 달려가 안길 아이가 있을까.  달갑지 않은 아이의 반응 말고도 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환경이다. 이미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아이를 찾는데에 몰두하는 동안 모두 망가져 버렸다. 금방 아이를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 그만 둔 일은 다시 돌리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버렸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찾다가 미쳐버렸다. 미쳐버린 엄마와 궁핍한 생활을 가진채 아이를 찾았다 한들, 아이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이 이야기에는 정말 비극적일 수 밖에 없는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찾는데에 열중하면 찾을 수 있을거라는 확신은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경력의 단절을 만들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치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미처버린 엄마. 또한 비극이 비극일 수 밖에 없는 요소를 만든다. 둘 다 멀쩡한 정신을 가지고 버티었다면, 어쩌면 둘 중에 하나를 중간에 정신을 차리고 일을 다시 시작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한명은 미처버렸고, 남은 한명은 혼자서 미처버린 엄마를 보살피며 아이를 찾아해매야했다. 아이를 찾으면 기적처럼 나을 거라 생각했던 기대또한, 그럴리가 없기에. 무너져버린다. 아이를 찾았지만 엄마의 정신은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는 아이를 알아보지 못한 것은 물론, 아이가 거부감을 가지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비뚤게 성장한 아이. 가 또 다른 비극 포인트. 납치범의 손에서 자란 아이가 바르고 씩씩하게 컷을리 만무하다. 보통 이야기에서는 비록 어머니 아버지를 잃어버렸지만 시련을 딛고 건실한 청년으로 성장한 사람들이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아이는 그리 착하게 크지 못했다. 그저 평범하고, 반항기어린 소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의 가출. 아이와 아빠는 시골로 내려와 농사를 지으며 살지만, 어느 날, 아이는 가출해 버린다. 이 모든 것이 아이가 받아들이기에는 벅찼으리라.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 날 아들의 아이를 낳았다는 여자는 아이를 두고 사라진다.

 

 결국 손자와 아빠만이 덩그러니 남겨지며, 이야기가 끝난다.

 

 정말 비극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요소를 모두 갖춘 이야기. 너무 있을 법 해서 여운이 많이 남는 이야기.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아이를 찾았지만 그 후에도 그들은 행복할 수 없었다. 손자를 얻은 아버지는 그 후에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이 이야기는 그 이후에 삶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전보다 행복했으리라 짐작한다.  자신의 손자를 키우며, 농삿일을 하며, 적어도 잃어버린 것을 찾아헤매거나, 미친 사람을 보살피거나, 뜬금없이 나타나 '사실은 내가 네 아비다!'라고 해야하는 일은 없을 태니 말이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겪은 아버지는 초연하게 손자를 보살피며 키워나가지 않을까. 다만 또 어려워지면 뒤늦게 찾아온 아들이 행패를 부리거나, 혹은 개과천선한 아들이 자신의 아들을 보러 올 지도 모르겠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눈을 뗄 수 없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나의 추천 순서는아이를 찾습니다(*다소 어두울 수 있다.) - 오직 두 사람 - 신의 장난 - 옥수수와 나 - 인생의 원점 - 최은지와 박인수 - 슈트 다.

 

특히 '인생의 원점'과 '오직 두 사람'은 무난하게 읽기 좋은 것 같다. 

 

처음 소설을 읽어보려 한다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는 책, '오직 두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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