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소설추천 (8)
Reading Diary
한참 소설의 재미를 알아갈 무렵, 무려 호주에 있는 도서관에 몇 안되는 ‘한국어 소설’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이 있었다. 언젠가 한번 읽었던 것 같은, ‘빵가게 습격 사건’이 실린 단편 소설집이었다. 책을 집어든 자리에서 완독한 나는 생각했다. 아, 이 사람은 천재구나. 그 후, 시간이 꽤 지나 코로나가 터져도 재밌는 소설은 조처럼 쏟아지지 않는다는 걸 실감할 때 쯤, 단비처럼 단편 소설집이 발행되었다. ‘일인칭 단수’ ...? 이름 참 묘하다. 굳이 말하자면, 딱 떠올렸을 때 일인칭은 하나다. ‘나’ 그러니 단수일 수 밖에 없다. 조금 더 생각하면 ‘우리’도 있나? 그렇다면 이건 오롯이 ‘나’ 를 의미하는 말이었을까. 일인칭. 단수. ‘나’ 결국 나라는 한 사람을 칭하는 말일까. 우리 중에 너..
드라마의 원작으로 알려진 이도우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사실 한국에 들어와 자가격리를 시작할 당시 베스트셀러로 떠올라 있던 것을 아무 생각 없이 구입했다. 서점이었다면 한두문장은 읽고 결정했겠지만, 나는 짐도 풀지 않은 오피스텔에 혼자 격리중이었고, 컴퓨터도 텔레비전도 없었다. 호주에서 가져온 노트북은 플러그가 맞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할게 아무것도 없었다. 하는게 없으니 지치지도 않았고 잠이 들어도 아침일찍 깨고 말았다. 이튿날엔가, 나는 서점에서 책 열댓권을 주문했다. 이 책은 그 중 하나였다. 사실 책을 산 당시에는 이 책을 읽지 않았다. 처음 몇 장을 읽고는 덮어버렸다. 당시에는 ‘문체가 나와 맞지 않아!’ 하는 어줍잖은 이유였다. 무엇보다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는 듯한 굿나잇 책방의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내가 비행기 안에서 읽은 몇 안되는 책이다. 호주에 살면서 꽤나 자주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했던 나는, 꼭 책 한권씩을 읽고는 했는데, 그런 책 중 하나였다. 특히 이 책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책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친한 언니의 부탁으로 한국에 들려오는 길에 사다 주었던 것이다. 책을 사들고 비행기에 올라 편 자리에서 읽고 덮었던 책이다. 언니는 히가시노 게이코의 팬이기도 했는데, 나는 그 때 까지 이 작가에 대해 커다란 감흥이 없었다. 워낙 한국에서 유명한 작가로 알려져 있어, 작품은 몇 개 알고 있었고 읽으려고도 해 보았지만, 그녀의 유명한 작품들은 대게 당시의 나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내용의 전개는 흥미로웠지만 다소 '템포가 느린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또 어떤 책을 읽어볼까 하고 베스트셀러를 뒤적이던 중이었다. 눈에 띈 익숙한 표지. 몇 년 전 호주에서 지인에게 선물받아 읽었던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다. 당시 한국에 다녀온 지인이 있었는데, 선물을 사다줄지 물어보기에 ‘재미있는 소설이 읽고싶다.’ 고 답했다. 그는 돌아오던 날, 작은 선물과 함께 이 책을 쇼핑백에 담아 건넸다. 소설가가 되고 싶어 했던 그는 간혹 초고를 보여주고는 했다. 그의 초고는 불륜 범죄 스릴러 였는데, 시간상 순서가 뒤죽박죽 되어 있었다. 그런데 너무 꼬아놔서 도통 누가누구인지 분간이되지 않았다. 남자 하나 여자 둘 밖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 였는데 어떤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였다. 커다란 스토리는 이해가 되었지만 너무 뒤죽박죽이라 읽기 어렵다고 솔직히 말했었..
오랜만에 리뷰하는 책, 82년생 김지영 이다. 이 책은 출간 후 꽤 화제가 됐었다. 잘 쓴 소설, 재미있는 소설이기도 했지만 현 시대의 문제를 담아냈다는 것에 초점이 있었다. 특히 한참 ‘페미니즘’ 열풍이 불며, 그 유명세를 더했다. 개인적으로 페미니즘 현상 때문에 그 평이 낮게 평가된 작품이 아닌가 싶다. (페미니즘이라며 무작정 비판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이 작품은 후에 영화로 출간되었다. 공유, 정유미 주연의 영화 ‘82년생 김지영’으로 그대로 막을 올렸다. 영화또한 혹평은 여전했다. 책이 나왔을 당시만해도 그렇게 심하지 않던 것이 3-4년 사이 문화가 조금 더 변하며 더 강한 선입견을 이끌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도 있었겠지만, 누군가가 살았던 시대상, 82년생 여자가 살았던 삶을 담아내는..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작품으로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던 최은영 작가의 또 다른 소설, '쇼코의 미소'다. 시기상으로는 쇼코의 미소가 먼저 출간되었다. 내가 아직 호주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e-book으로 재밌게 읽었던 몇 안되는 책 중 하나다. 쇼코의 미소는 한국인 여자의 시점에서 '쇼코'라는 일본 여자아이에 대해 쓴 소설이다. 놀라운 점은 정말 일본에 있을법한 캐릭터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는 설정이었다면 다소 억지스럽고 기괴할 수 있는 몇몇 요소가 일본인이라는 설정으로 무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그걸 담아냈다는 것이 놀랍다. 쇼코는 매력적인 소녀다. 책을 읽는 것 만으로 그녀의 여리여리한 몸과 지켜줘야 할 것 같은 힘없는 미소가 전해오는 기분이다. '그녀의 웃음에는 이질감이 있다.' 는 표..
한동안 게으르게 지낸 탓에 그리 많은 글을 쓰지 않았다. 여전히 하는 일은 많은 듯 많지 않고, 적은 듯 적지 않고,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또 심심하기도 한 인간의 모순을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거두절미하고 오랜만에 쓰는 독서감상문의 주인공은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김영하 작가를 알게 된다. 나도 그 유명세를 듣고 읽을까 시도도 해 보았지만 영 와닿지가 않았었다. 그러다 유학당시 알쓸신잡에 나온 김영하 작가의 짤을 유투브로 보게 되었다.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푸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아마 알쓸신잡 1기에서 김영하작가가 자신의 신간을 소개했는데, 그 신간이 '오직 두 사람'이었다. 이미 알쓸신잡에서 관심이 많이 생겼던 터라..
꿀벌과 천둥 국내도서 저자 : 온다 리쿠(Onda Riku) / 김선영역 출판 : 현대문학 2017.07.31 상세보기 은 피아노 콩쿠르를 소재로 한 온다 리쿠의 장편 소설이다. 이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꼬박 7년의 시간을 들여야 했다는 작가는 몇번이나 콩쿠르를 관람하고 취재하며 생동감 넘치는 현장을 그대로 전해준다. 피아노 콩쿠르에 대한 관심도 없거니와 연주회라면 모를까 대회를 참관한 적은 더더욱 없던 나로서도 그 긴장감과 중압감이 그대로 전해와 책을 쉬이 덮을 수 없었다. 이 책에서 시사하는 '꿀벌과 천둥'은 아마도 해성처럼등장한 양봉꾼의 아들인 가자마 진 일 것이다. 가자마 진은 그야말로 천재적 음악성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한번도 정규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이 아이를 엘리트 집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