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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Diary/에세이, 비문학

오래 준비해온 대답 by 김영하의 시칠리아

Lamore 2020. 7. 20.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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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준비해온 대답
국내도서
저자 : 김영하(Young Ha Kim)
출판 : 복복서가 202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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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에 한 곳을 꼽는다면 '광화문 교보문고' 다. 이런저런 많은 책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는 것도, 온 매장에서 풍기는 종이 냄새도 좋다. 무엇보다 여기저기 책을 읽을 수 있게 앉을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귀여운 문구를 파는 매장도 함께 있다. 자그마한 카페도 있지만 거의 들러본 적이 없다. 

 

광화문 교보문고를 가면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둘러본다. 어릴 때는 베스트 셀러를 닥치는 대로 읽었고, 우리나라에 자기개발서 열풍이 인 뒤로 고등학교 시절에는 자기개발서와 에세이를 많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소설을 좋아하는 평범한 어른이가 되었다. 언니에게 선물할 책을 고르고 계산한 뒤, 읽을 책을 찾았다. 그러다 이 책을 발견했다. 어릴 때는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중간을 펴 몇 페이지를 읽고 책을 구매한다. 요즈음에도 시간이 없을 때는 보통 그렇게 하지만, 그러다 보니 하염없이 책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 후로는 서점에서 책을 집어 완독한다. 서점에서 한번 완독한 후, 시간이 지나도 계속 생각나고 다시 보고싶은 책은 구매한다. 

 

호주에서 마지막으로 읽은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은 '오직 두 사람'이었다. 어서 소설을 내 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늘 서점에 가면 작가님의 다른 책이 있나 둘러본다. 그러던 중, 진열되어 있던 책인 '오래 준비해온 대답'. 예전에 출간 되었던 소설을 다시 출간한 듯 했다. 조금의 수정도 가미된 듯 했다. 김영하 작가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가미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그분의 책은 좋아하지만 개인 사를 알아보거나 궁금해한 적은 조금도 없었다. 이따금씩 인터넷 기사가 나, 결혼을 하시고 두분이서만 오붓하게 살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책에서 읽은 그분의 삶은 비교적 젊어 보였다. (이 표현이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다.) 책에 집필하신 부인과 이야기하시는 모습이 여느 연인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런 저런 부분이 기억에 남았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 기억에 남는 부분을 적어보자면, 우선 '파스타 만드는 법'이다. 파스타. 김영하 작가님이 직접 적은 화이트 와인과 올리브오일, 바지락같은 조개와 마늘을 넣어 만드는 오일 파스타. 본래 오일 파스타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꼭 한번 만들어먹고싶은 레시피 였던 것이다. 게다가 외국은 화이트 와인을 무척 싸게 판매하기도 하니 (한병에 몇 천원 밖에 하지 않는 것들이 수두룩 하다.) 정말 싸게, 쉽게,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몇 시간이나 기다리고 자꾸 취소되는 대중교통도 정말 공감이 갔다. 아시아 국가들과는 다르게 외국에서 대중교통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일은 수두룩하고, 사람들도 자신들의 시간에 아쉬워 하기는 하지만 워낙 많이 있는 일이다보니 그리 크게 노여워 하거나 항의 전화를 넣지 않는다. 그리고 책에서 묘사된 직원들의 '나는 정보를 전달할 뿐' 이라는 태도 또한 너무나 그들 답다.

 

책에는 여행지의 많은 사진이 함께 실려 있었다. 많은 유적지와 유럽풍의 건물들도 많이 실려 있었는데, 특히 '천공의 섬 라퓨타'와 비슷하다고 했던 곳의 사진이 생각난다. 미야자키 히야오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데다, 천공의 첨 라퓨타는 몇 번이고 봤던 터라 비슷하다고 주장한 사진을 유심히 봤던 것이다. 천공의 성 라퓨타는 천공에 떠 있는 섬으로 오래전 문명이 발달 하고 쇠퇴한 후, 사람의 흔적이 닿지 않았던 것처럼 초록초록한 대지에, 옛 성 터 같은 것들이 남이 있다. 멀리서 찍은 그 사진은 분명 초록초록 하기는 했다. 그리고 건물의 배치가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는 듯도 했으니, 그리 틀린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최근에 이런 놀라울 정도의 문명이 발탈한 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방치된 듯한 컨셉을 많이 사용하는데, 닌텐도 스위치로 나온 젤다의 전설의 기본적인 설정이 되기도 했다. (덕분에 비록 플레이타임이 길지만 뜨문뜨문 가끔씩 플레이하고 있다. )

 

그가 썼던 '여행의 이유'도 그렇고, 알쓸신잡도 그렇고, 그는 정말 여행과 연이 깊은 사람이다. 그리고 계획했던 세계여행조차 예기치 않은 코로나 사태로 취소해야 했던 나는 아마 여행과 연이 없는 사람인 듯 싶다. 사실 작가와 여행은 땔 수 없는 사이라는 생각도 한다. 실로, 여행을 가면 달리 할 일이 없다. 여행까지 가서 유투브와 페이스북을 보고 있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현지 텔레비전을 볼 생각은 더더욱 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여행을 하며 겪었던 일들과 그로인해 파생된 수많은 생각들을 적는 것이 유용하거니와 수월하다. 훨씬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이야기다. 여행은 실로 평소에 하지 않았던 생각을 들게 하고, 현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보고 듣는 이야기 역시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여행은 작가에게 또다른 웹인 셈이다. 

 

이 책을 읽고 아주 잠깐, 시칠리아에 놀러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생각은 곧 희미해졌다. 읽고 난 직후에 이야기를 풀었다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며칠 지난 후에도 남아있는 실루엣이 책의 자취가 아닐까 생각한다. 비록 소설만큼 깊은 여운은 없었지만 여전히 읽기 좋고, 드문드문 유용한 정보도 (파스타 만드는 법 같은) 숨어 있는 책이다.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아할 것이다. 유적이나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그렇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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