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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Lamore 2020. 10. 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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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얼마 전, 스미노 요루 작가의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가 출간했다. 서점 한복판에 '신간'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며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책의 홍보문구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작가 스미노 요루' 라는 것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데뷔한 작가는 분명 운이 좋았던 것일게다. 처음 당선되며 작가로 만들어준 책이 번역되어 출간되었고, 영화화 되면서 한국에서도 반영되었다. 이 여파를 이어 후에는 '만화영화'로도 반영되었다. 나올 수 있는 플랫폼으로는 모두 나온 셈. 이 단편소설 하나는 스미노 요루 작가를 신인작가이자 대작가로 만들어주었다.

 

 

누구나 '들어본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는 이 책은 우선 그 자극적인 제목에서 여론몰이를 했다. '췌장'이라니. 좀처럼 쓰지도 듣지도 않는 말인데다 '먹고싶다'는 엽기적인 제목을 가졌다.

 

그 줄거리는 로맨스 소설로 만들어주는 꽤 뻔한 플래그. 어느 부족의 원주민은 아픈 곳이 있으면 그 부위의 내장을 먹는다고 한다. 여자가 이 엽기적인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자는 췌장암을 앓고 있는 시한부 환자였다. 모두에게 숨기고 남은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싶었던 여자는 자신의 일기인 '공병문고'를 병원에 떨어뜨리고 그걸 주워 본 (남의 일기를 왜 보는 걸까) 남주에게 비밀을 들키고 만다.

 

남들에게 꼭꼭 숨겨왔던 사실을 들켜버린 여주는 또 꽤나 낙천적으로 무리하는 성격이라, 들킨김에 남주에게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며 농담을 하고, 남주를 따라다리고, 데리고 다니며 죽기전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한다. 

물론, 그 안에는 손발이 오그라들만한 것(예를 들어, '남자친구가 아닌 남자와 그런 일을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끌려다니는 동안 남자는 여주는 좋아하게 되는데, 애초에 여주가 예쁘고 인기가 많다는 설정이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여주 또한 그를 좋아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결말과 관련된 내용이다. 읽을 사람은 건너 뛸 것.

 

하지만 그녀의 암은 더 심해지고 그녀는 이제 오늘 내일 하는 신세가 된다. 그러다 그녀는 기운을 차리고 퇴원한다. 진짜 나아서 퇴원한 건 아니고 이제 손 쓸 방도가 없어 퇴원한다. 그리고 그를 만나러 간다. 그녀가 입원해있는 동안 자신의 마음을 점점 확신하게 된 그는 카페에서 그녀를 기다리며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그리고 약속한 시간, 그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계속 기다렸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고, 남자는 집에 돌아와서 이유를 알게 된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그녀는 그 시간마저 빼앗기고 만다. '묻지마 살인'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살인에 대한 뉴스가 스치듯 언급 되었으므로 플래그가 되었는데, 조금 티가 많이 났다.) 남자는 충격을 받고 장례식에 가지 못한다. 그녀는 남자의 문자를 봤을까?

 

후에 남자는 정신을 차리고 공병문고를 찾으러 간다. 그녀가 그에게 '죽으면 너에게 줄게' 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님을 마주하고 공병문고를 볼 수 있을지 묻는다. 그녀의 부모님은 이미 그녀에게 들어 알고 있었고 그는 공병문고를 읽는다. 공병문고의 맨 뒷 편, 그녀는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편지같은 유서를 남겼다. 

그녀고 그를 좋아했다는걸 알게 된 그는 추억을 상기하며 영화에도 남는 명대사?를 남긴다.

"어머니, 실례인 줄을 알지만 제가 좀 울어도 되겠습니까."

참 고지식한 남학생이다.

 

 

*여기서부터 영화와 관련된 내용이다.

 

그리고 내가 영화에 극도로 실망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짧은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서 아마 넣을 요소가 부족했던 걸까. 영화에서는 여자아이가 함께 도서위원으로 일하던 학교 도서관 책 사이사이에 '유서를 숨겨 놓았다.'는 컨셉이고, 이걸 '남학생이 다 커서 선생님이 되어 발견'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런 이야기의 전개를 새로 만든 것은 나쁘지 않지만 저 명대사가 나오는 곳. 공병문고를 읽고 우는 부분에는 유서가 없다.

그저 여자아이의 일기를 읽고 갑자기 "제가 울어도 되겠습니까." 하더니 운다.

 

물론 소중한 친구를 잃었고 그 친구가 쓴 글을 읽다가 울 수 있다. 하지만 장례식에서 그녀의 사진을 보고도 멀쩡하던 이가 갑자기 자신의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은 (그가 이름을 쓰는 걸 싫다고 말해 아무개 군 정도로 언급한다.) 일기를 보고 대성통곡을 한다. 그리고 학교 도서관이라니. 그가 선생이 되지 않았다면 영영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가 유서를 발견한 시점은 그녀의 절친한 친구였던 요코가 '결혼하는 날'이다. 너무 많은 우연이 겹치면 억지스러워진다. 

 

*여기서부터 영화 배우에 대한 내용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일본의 유명한 여배우 하마베 미나미가 맡았다. 이게 또 조금 특이한 부분인데, 워낙 마스크가 예쁘고 '특이한'역을 많이 소화한 배우였다. '철벽선생'에서는 엽기적인 여학생을 맡았고, 그녀의 대표작이자 찰떡 연기를 소화한 '카케구루이'에서는 도박에 미친 소녀를 맡았다. (주인공이다.) 그리고 2020년 최근 나온 드라마 '알리바이를 깨드립니다.'에서는 알리바이를 깨는 추리소녀를 맡았다. 이런 이미지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녀의 살짝 지나친 연기 때문이었는지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다소 어색하고 손발이 오글거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카메라 앵글 탓인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그녀가 나온 작품 중 가장 그녀와 어울리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현재 방영중인 알리바이를 깨드립니다.에서는 자연스럽고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게다가 꽤 재미있다.

 

 

어쩌면 책을 먼저 읽었기에 영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그래서 더 혹평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이 있다. 책을 먼저 읽었던 대부분의 지인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영화만 본 사람들은 '저게 뭐냐'라는 반응과 '듣던 혹평보다는 괜찮은데?'라는 반응이 있다. 괜찮다는 사람들 중에는 감동해서 울었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 반응은 제각각인듯 하다.

 

 

최근 그녀의 드라마인 '알리바이를 깨드립니다.'를 보기 시작했다. 왓챠를 신청했는데 그 안에 많은 일본 드라마가 있었다. 2주 무료이용권으로 볼 수 있는 한 많이 보고 멈출 생각이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약 2~3배 분량으로 보이는 장편소설로 보인다. 뻔한 플래그에도 달달하고 풋풋한 이야기를 잘 표현했던 전작이었기에 이번에도 읽어보려 도서관에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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