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Diary
읽고 또 읽어도 생각나는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 본문
문득문득 생각나는 책이 있다.
아주 짧은 책이었다. 한번 보고 나면 여파가 강력하게 남아, 잘 잊혀지지 않는 책이었다. 희생인지 사랑인지, 희생이라면 사랑이면 어떤 관계에 어떤 사랑과 희생을 의미하는 건지 생각하게 되는 책.
아니 그냥 이게 '사랑' 이라는 정의일까?
'아낌없이 주는 나무' 정말 제목 그대로의 이야기다.
요약하자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바라기만 하는 아이. (절대 크지 않는 감사할 줄 모르는, 받는데에만 너무 익숙한, 나중에는 미워보이기까지 하는 아이)
이야기는 이렇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어린아이가 있었다. 어린아이는 나무를 좋아했다. 나무에 매달려 놀고 나무 그늘에서 쉬고, 나무를 사랑하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귀여워 나무는 아이와 놀아주며 아이에게 사과도 주고, 그네도 태워주었다.
그러다 아이가 커 버렸다. 청소년이 된 아이는 연애를 했다. 나무에 찾아왔지만 여자친구와 함께였다. 소년은 더이상 나무를 타고 놀지 않았다. 그래도 나무는 행복했다.
그러다 아이가 청년이 되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아이가 반가웠지만, 아이는 고민이 있었다. 여행을 가야하는데 배가 없다는 것이다.
나무는 가지를 가져다 만들라고 했고, 아이는 그렇게 했다. 나무는 행복했다.
아이는 한동안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중년이 된 아이가 찾아왔다. 아이는 떠나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했다. 나무는 자신의 몸통을 베어다 팔라고했다.
나무는 나무밑동만 남았고, 아이는 떠났다.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구절이 너무 슬펐다.
노인이 된 아이가 왔을 때, 나무는 말했다. 이제 줄게 아무것도 없구나. 미안하다.
뭐가 미안한 걸까. 모든걸 다 주고, 뭐가 미안한걸까.
아이는 말한다. 나는 이제 많은 게 필요하지 않아. 그냥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나 있으면 좋겠어.
나무는 나무 밑동을 빳빳이 펴며 말했다.
앉아서 쉬는 데에 나무 밑동만한게 없지. 앉아서 쉬렴.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
처음에는 부모님의 사랑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릴때는 놀아주고, 청소년이 되면 이성 친구 사귀느라 바쁘고, 청년되면 유학보내고, 여행보내고, 중년되면 집해주고, 나중에 노인되면 말동무가 되어주는.. 부모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꼭 부모님을 말하는 것 같지 않다. 이건 우리가 삶에서 알게되는 사랑의 모습이다.
우리가 아이의 모습으로 커서, 어른의 모습으로 사랑을 하고 베푸는 나무의 모습까지.
이 짧은 이야기에. 어찌 이 모든 걸 다 담아냈을까.
읽어도읽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읽게 되는 아주 짧은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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