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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Diary/소설

어른이 되어 읽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Lamore 2021. 1. 2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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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은 정말 빨리 흘러간다. 시간이란 참 재미있는 속성이 있다. 내가 무얼 하든 안하든 모든 시간이 똑같이 흐른다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우리는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시간' 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무언가를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나는 벌써 청소년을 지나 이십대 후반의 어른이 되었다. 아직도 그 울림이 이상하다. 나한테 써도 되는 말일까? 어릴 적 내게 '어른'이라는 건 꽤 큰 존재였던 것 같다. 지금은 내가 생각했던 그 어른들이 그날의 어린 나와 다를 바 없는 그냥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안다. 

이것 말고, 내가 그 시절의 어린 나와 다른 점이랄 게 있을까? 

 

 

아직 어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린이라고는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린 나는 어릴 때 듣기만 했던 이야기인, 나의 라미 오렌지 나무를 읽었다. 

언젠가 한번은 읽어야지 생각했었다. 그 이유는 내가 우연히 알게된 한 인디 밴드의 노래 때문이었다. '나의 낡은 오렌지나무'라는 노래. 이 노래를 듣고 생각했다. 아, 이 책을 읽어봐야지.

 

 

나의라미오렌지나무 표지

 

 

아아. 어릴 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직 어린나이에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어린 아이를 기르고 있다면 꼭 본인도, 아이도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어릴 때의 나는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 책은 제제의 성장기를 담은 책이다. 아직 어린 제제는 현실에 부딫혀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 버린다. 아아. 안타까운 제제. 

 

제제는 순수하고 예쁜 마음씨를 가진 어린이였다. 어린 시절의 그 순수함과 의미를 모르는 악독함마저 지닌 제제. 제제는라임오렌지 나무에 이름을 부친다. 그리고 오렌지 나무가 살아있는 것 처럼 말을 걸고 대화를 한다. 

인형이나 바위같은 모든 사물에 인격을 부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순수한 어린아이의 모습. 언젠가 우리도 가지고 있었던 면모. 우리는 이 사랑스러운 아이를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다. 

 

그의 친구 뽀르뚜기. 제제는 겉모습과 나이를 신경쓰지 않고 뽀르뚜기와 친구가 된다. 그런 순수하고 거침없는 제제의 하루가 계속 되기를 바랐다. 

 

제제가 현실을 딫고 일어나 어른이 되었을 때, 제제는 더이상 오렌지 나무에 말을 부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친구들도 다 사라져 버렸다. 그저 덩그라니 건조한 현실만이 남았다. 

 

더이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제제. 건조하게 현실을 직시하는 제제. 나무에 말을 걸지 않는 제제. 

 

나는 그런 제제가 너무나 슬펐다. 

왜 이 아이는 이토록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을까.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이기도 한 '나의 낡은 오렌지 나무' (랄라스윗의 곡)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내가 마주한 난 너무 변해 타인과 같아'

'차가운 시선 끝에 몰려 무너진 난 낡아빠져 빛나지 않아'

'날보고 있어 이만큼 자라서 결국 이거였냐고'

'나는 아직 더 자라지 못한 어린 세상을 모르는 작은 아일 잊어버리고 그렇게 돌아서고만 걸까'

 

너무 아름답고 잔인하고 슬픈 가사였다. 

 

어린 날의 세상을 모르는 작은 아일 잊어버리고 더이상 빛나지 못하는 제제. 세상이 아름답게 빛나던 그 순간이 사라지고 건조한 현실을 받아드린 어른들. 

가슴 부풀던 수많은 꿈을 꾸던 나는 자라서 나를 본다. 거울 속에 작은 아이는 내게 묻는다.

 

'결국 이거였어?'

 

책망하는 듯한 말투. 내가 원하던게, 꿈꾸던게, 이거였니. 네가 보던 세상과 네가 꾸던 꿈은 다른 어른들과 같은 그저그런 거였니. 

 

너무나 슬픈 가사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독후감을 쓴 듯 너무나 이야기를 잘 담아내었다. 

 

 

어린 내가 나를 본다면 나는 내게 무슨 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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