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Diary

바다의 뚜껑 - 사라져 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 본문

Reading Diary/소설

바다의 뚜껑 - 사라져 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

Lamore 2023. 7. 1. 18:17
반응형

 

요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주구장창 읽고 있다. 그녀의 문체는 잔잔하고 소박해서 질리지 않고 읽을 수 있다. 나도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어떤 생각을 소설이라는 이야기로 재구성해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소설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무언가가 아닐가 생각 한다.

 

바다의 뚜껑은 200페이지가 안되는 꽤 짧은 이야기다. 돈보다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한 여자와, 방황하는 조금 어린 여자의 바닷마을 생활기. 두 사람은 한 시즌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고 단단하게 해준다. 그 후에도 여자는 바닷마을에서 빙수 가게를 계속 이어가고, 어린 여자는 부모님 댁으로 돌아가 작은 인형을 만드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욕심이 없는 두 사람이지만 여전히 돈에 얽힌 문제에 시달린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남은 유산을 가져가기 위해 먼 친척이 와서 기웃거리고, 임종을 지키지 않은 가족들이 찾아와 유산을 몽땅 가져가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보며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돈이란 무엇일까? 인간이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지만, 돈을 위해 인간이길 포기하면 그건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그럼에도 저마다의 가치는 모두 달라서, 그냥 그런대로 그 모든 걸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바닷마을은 주인공이 얼릴 적에 살던 동네다. 당시에는 그런대로 활기찬 곳이었지만, 지금은 관광객도 많지 않고, 죽은 상가들이 늘어져 있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는 버려져 가는 동네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이런 동네는 실제로 일본에 왕왕 많이 있다고 (그리고 한국에도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다. 젊은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그 동네를 시끌벅적하게 만들 사람들도 사라져간다. 

 

다만 거기에 있는 추억과, 바다와, 원하는 걸 주욱 늘어놓고 파는 잡화점같은 것들에 여운이, 그 기억이 주인공을 그곳에 붙들었다. 이 정겨운 마을을 언젠가 누군가 계속 기억해준다면 좋겠다. 그런 생각으로 주인공은 오늘도 빙수를 만들며 그곳에서 평화로운 여생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릴 적 살던 동네가 주는 여파는 삶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이따금씩 고개를 든다. 경기도 시골에서 자란 내가 시끌 벅적한 서울보다 한적은 외곽을 좋아하는 것도, 바다가 보이는 동네보다 커다란 공원이 보이는 동네를 좋아하는 것도 아마 그런 곳이 편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건 어떤 삶인가.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