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Diary

나의 미카엘, 남자가 쓴 여자의 삶. 본문

Reading Diary/소설

나의 미카엘, 남자가 쓴 여자의 삶.

Lamore 2021. 4. 5. 11:21
반응형

 

나의 미카엘은 남자가 쓴 여자의 삶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그럴듯하게 잘 묘사해 내었다는 점이다. 과장이나 환상없이 여자, 아니 사람의 결핍과 마음, 삶을 잘 그려내었다. 그가 얼마나 주의깊게 사람을 관찰하고 대해왔는지, 얼마나 섬세한 사람인지 너무도 잘 나타나는 책이다. 

 

이 책은 한나의 1인칭 시점으로 그려진다. 한나의 팔을 잡아준 계기로 이어진 미카엘과 한나의 만남을 시작으로 둘은 급속도로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곧 아이를 출산한다. 미카엘은 한나보다 4살이 많은 연상의 남자로 그려지는데 굉장히 착하고 성실한 남편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한나는 늘 어딘가 결핍되어 무언가를 갈망하고, 현실과 꿈의 세계를 오간다. 

 

이 이야기에서 놀란 점은 여자의 심리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다소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한나는 거의 병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한나가 하는 상상은 여자가 살면서 의식의 흐름대로 한두번은 상상해볼 법 한 일들이다.

예를들어, 한나는 미카엘을 따라가며 상상한다. 이 남자가 나를 해하려 하면 어쩌지? 라는 상상. 으슥한 곳에 잘 모르는 남자와 둘이 있을 때, 혹은 어느정도 아는 남자와 둘이 있을 때 모두가 하게되는 상상이다. 정확히는 두려움의 의한 방어적인 예습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둘만 타고 있을 때, 으슥한 골목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듯한 기척이 있을 때, 밤 늦은 시각, 택시나 버스에 홀로 타고 있을 때조차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심리를 어떻게 이해한 것일까. 

 

이 이야기는 탬포가 느리다. 정말 시시콜콜한 여자의 삶을 쭉-. 정말 쭉 나열해 놓은 느낌이다. 그래서 이렇다할 서사가 없다. 특별하고 거대한 사건을 기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도 않고, 극으로 치닫는 부분이랄 것도 없다. 그냥 쭉. 잦은 물결, 잔잔한 물결처럼 쭉 서술되어 있다. 그래서 결혼 후 어느정도 지난 시점(아이를 낳은 후)부터 굉장히 루즈하고 지루함마저 느껴진다. 옛날 책이라 그런지 페이지당 활자수도 많아 훅훅 읽히지도 않는다. 

 

다만 정말 잘 쓴 글임에는 틀림 없다. 너무 길고 사람을 확 이끄는 '사건'이 없을 뿐, 정말 시간이 많다면 그 잔잔하고 담백한 문체를 탐닉하며 천천히 읽어볼만하다. 글에는 군더더기가 없고 필요없는 미사여구를 넣지 않았다. 꾸밈이 없는 글이다. 

 

 

 

이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여자의 심리, 삶, 그리고 사람의 기대와 소멸이라 하겠다. 끝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한나가 종국에는 자신의 이상을 채우지 못함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단 그 이야기가 이미 사회생활을 하던 여성이 결혼할 남자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된다. 해서 졸업하지 않은 학생들이 읽기에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나 싶다.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