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Diary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작가의 신간소설 본문
벌써 꽤 오래 지난 것 같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라는 스미노 요루 작가의 책을 읽고 '참 풋풋하다'생각했었다. 뭐랄까 깊이 있는 작가에게서 나오지 않는 어리숙함과 풋풋함이 있었다. 그 풋풋함이 고등학교 학창시절의 첫사랑이라는 소재와 어우러지며 괜찮은 시너지를 내었다.
'췌장을 먹고 싶다'는 자극적인 제목부터, 그게 로맨스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뻔한 메타포. 게다가 소년이 보는 티비에 스치는 지나가던 뜬금없는 '묻지마 살인사건'의 뉴스는 너무나 뻔한 복선이었다. 책을 반도 읽기 전에 결말이 보였다. 하지만 괜찮았다. 원래 대부분의 이야기는 다 알고도 보는 거니까. 그런의미에서 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에 어울리는 이야기었다.
그래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부분은 뻔한 독자의 기대를 만족시킬만했기에 어린감성을 돌아볼만 했기에, 시간날때마다 읽었었다.
이 작가는 대학생인가? 아니면 갓 졸업한 사회인? 그런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러브스토리에 이어 이번에는 대학교다. 앞부분을 읽었을 때는 정말 뭐지..? 했다. 남자가 '그녀는 이미 이 세상에 없지만'이라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뒷 부분을 읽기 전 이 이야기는 두가지로 해석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읽은 독자들을 낚은 복선. 또는 정말 또 여주가 죽은 후의 이야기..? 이 이야기를 포함해서 몇몇 요소가 심히 책을 덮고 싶게 만들었지만 우선 읽기로 했다. 책을 덮고 싶게 만들었던 요소는 몇가지가 있는데,
1. 학기초에 묘사된 여주의 캐릭터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에서도 여주는 활발하고 특이하게 묘사되는데, 이 이야기에서도 퍽 튀는 캐릭터로 묘사되었다. 이상을 추구하며 뜬금없는 말을 던져 주위의 시선을 받는 아이. 다른점이 있다면 췌장에서는 '인기있는 여자아이'였고, 여기서는 '튀어서 겉도는 아이' 로 묘사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둘의 성격은 내가 보기에는 많이 비슷했다.
2. 평범한 남주
췌장에서도 이 이야기에서도 남주는 평범하게 묘사된다. 무난한 삶을 평범한 성격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남자. 인기남도 아니고 운동을 잘하지도 않으며, 굳이 어느쪽이냐고 묻는다면 조용하고 자기 할 거 하는 성격.
이런 캐릭터 구성이 너무나 비슷한 차에 '이 세상에 없다'는 말까지 꺼내다니.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여자는 죽지 않았다. 이 세상에 없다는 말은 변해버린 여자를 대하는 남자의 태도를 보여줄 뿐이다. 그토록 이상을 쫓으며 반짝반짝 빛나던 여주는 어느순간 사회에 동화되어 남들과 똑같은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이상을 쫓던 그녀는 더이상 이상을 쫓지 않는다. 어느순간 이상을 쫓던 그녀를 동경하며 동화되었던 남주는 배신감을 느끼고 그녀와 멀어진다. 그녀는 더이상 그가 알던 사람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온, '그녀는 이 세상에 없지만.'
솔직히 소재는 별로였다. 템포가 길고 느려 인내가 필요했고, 자극적인 내용이 적은 만큼 집중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다만 이 이야기가 다룬 소재는,
이상을 쫓던 그녀에게 동화되어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게된 평범한 남주가 여주에게 실망하고 그녀와 멀어지지만 다시한번 그녀에게 다가가는이야기.
다.
물론 이 사이에는 그녀와 그가 함께 만든 동아리가 주 요소가 되어 돌아간다. 그 과정은 그리 흥미롭지 않다. 내가 더는 학생이 아니라 그런건지, 대학생활을 한국이나 일본에서 마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사기는 조금 어려운 소재이지만, 그래도 그 심리를 잘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경계 - 수용 - 기대 - 실망 - 경계 의 순을 따라 소녀를 향한 소년의 마음을 그렸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책 속으로 끌어들이는 무언가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그랬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는 연애 소설로 가볍게 추천할 만 하지만, 이 책은 추천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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