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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Diary/소설

그리운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Lamore 2021. 1. 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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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내가 비행기 안에서 읽은 몇 안되는 책이다. 호주에 살면서 꽤나 자주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했던 나는, 꼭 책 한권씩을 읽고는 했는데, 그런 책 중 하나였다. 

특히 이 책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책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친한 언니의 부탁으로 한국에 들려오는 길에 사다 주었던 것이다. 책을 사들고 비행기에 올라 편 자리에서 읽고 덮었던 책이다. 

 

언니는 히가시노 게이코의 팬이기도 했는데, 나는 그 때 까지 이 작가에 대해 커다란 감흥이 없었다. 워낙 한국에서 유명한 작가로 알려져 있어, 작품은 몇 개 알고 있었고 읽으려고도 해 보았지만, 그녀의 유명한 작품들은 대게 당시의 나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내용의 전개는 흥미로웠지만 다소 '템포가 느린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세세한 묘사 만큼 이야기의 진전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런 부분이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달랐다. 처음부터 꽤나 흥미로운 소재를 들고 온 것이다. '편지', '잡화점', '고민상담' 듣기만해도 너무 감성적인 소재들. 게다가 이 이야기는 타임슬립이라는 보다 흥미로운 소재 또한 이용했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이야기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만큼 언제 읽어도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이 이야기를 한줄로 표현하자면, '소설보다 동화같은 이야기' 라고 하겠다. 어린시절 누군가 들려주었으면 하는 조금 길고 감동적인 동화. 그런 느낌이다. 

 

 

후에 영화로도 제작된 이 이야기는 고아원 출신의 아이들의 도둑질로 시작된다. 

 

궁핍한 생활을 하던 아이들은 어느 부잣집에서 지갑(파우치)을 훔쳐 달아난다. 그들은 쫓아오는 경찰들을 피해 한 낡은 집에 몸을 숨기게 된다. 그곳은 과거에 잡화점을 운영하던 곳이었다. 아직 남아있는 잡동사니를 보고 그들은 그것을 유추한다. 그리고 편지더미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곳은 '고민상담소'같은 것을 운영했던 모양이다. 고민을 편지로 받아 답변을 적어주는 곳이었다.

그렇게 밤이 깊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문 틈(우편을 넣는)으로 편지가 하나 날아든 것이다. 놀란 아이들은 잠시 누가 왔는지 살피지만 인기척은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일까? 귀신이 들린 집인게 아닐까? 별별 생각을 다 하던 아이들은 그 편지를 뜯어보기로 한다. 

 

잡화점 앞으로 배달 온 그 편지는 잡화점으로 온 고민이었다. 왜 다 허물어진 잡화점에 편지를 보낸걸까? 그들은 편지를 읽기 시작한다. 

 

편지에는 구구절절한 여자의 사연이 담겨 있었다. 여자는 어린나이게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녀를 키워주던 유일한 가족이 병에 걸리고, 그녀는 병간호와 생계유지를 위해 밤낯으로 일했다. 낯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호스테스로 일하며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던 그녀는 그녀를 '서포트'해 주겠다는 고객을 만난다. 

고객의 애인이 되면 그녀는 더이상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다. 비록 불륜녀, 상간녀가 되지만 당장 돈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그녀는 고민하고 있었다. 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지, 힘들지만 당당하고 꿋꿋하게 살아가야할지. 

 

열심히 사는 그녀의 모습, 그리고 안타까운 상황에 그들은 말했다. 지금 포기하면 안된다고. 그 편지의 날짜는 몇십년 전이었다. 과거에서 온 편지에 그들은 답장을 쓰기로 한다. 포기하지 말아라. 그런 검은 유혹에 지면 안된다. 

그리고는 세세한 조언을 한다. 우선 평범하게 아무 사무직이든 계속 일해라. 돈이 당장 많이 되지 않아도 조금씩 돈을 모아라. 그리고 일본의 거품경제를 알려주며, 85년도에 주식과 부동산을 사서 89년도에 전부 매각하고 그 후에는 인터넷 사업에 투자하라고 충고한다. 과거의 상황을 알기에 가능한 충고였다. 

 

후에 그들은 그 여자가 자신들이 훔쳐 달아난 별장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여자는 그런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그들이 조언한대로 꿋꿋하게 살아, 조언대로 주식과 부동산을 사고 매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거대한 회사의 사장으로서,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들이 조언을 한 소녀의 성장을 실시간으로 체험한 그들은 스스로를 돌아본다. 

여자한테는 그렇게 떳떳하게 살라고 조언해놓고, 우리의 말을 믿고 그대로 해서 성공한 그녀앞에 한없이 작아진 그들은 자수하기로 결정한다. 

 

 

 

 

다른 스토리와 사연이 많이 등장하지만 큰 시간의 틀은 이 여자와의 사건에 얽혀 있다. 그 외에도 성공하지 못한 뮤지션의 이야기 (이것 또한생명을 구하다 죽는 스토리가 되는데, 후에 생명을 구해준 아이가 그 음반을 내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노래였다.) 등이 있다. 과거의 사건을 알 수 있는 그들은 사연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큰 사건사고를 알고 있고, 성공하지 못한 뮤지션에게 말해준다. 당신의 음악은 반드시 세계에 널리 알려질 거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스토리는 하나하나 감동적인다. 감동적인 이야기 하나하나를 커다란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냈다. 

 

커다란 소설같은 동화속 작은 감동들을 다시 전하는 소중한 이야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꼭 책으로 읽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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