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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Diary/소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Lamore 2020. 8. 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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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책을 읽은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책을 읽는 건 순식간인데 글을 쓰는 건 오래 걸려 미루고 미루다보니 읽은 책만 쌓여간다. 강릉가는 길, 계속되는 장마로 빗소리를 들으며 몇시간 째 뒷자석에 얌전히 앉아 있다. 그러다 유투브를 보는데, ‘효율적인 시간 분배’에 대한 영상이었다. 그래서 영상을 보다, ‘그래! 어차피 뒤에 앉아 있을거면 글이나 써야겠다.’ 생각했다.

빵과 스푸,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제목많으로 따듯하고 소박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넉넉하고 따사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제목대로 식당을 시작한 일생을 담담하게 그려가는 이야기다. 여자의 어린시절과 배경 이야기가 간략하게 묘사된다. (1/3정도) 그리고 결국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엄마가 하던 가게를 리모델링해서 식당을 꾸린다. 이야기의 또다른 주인공인 고양이 타로는 먹이를 주다보니 들어살게 된 전직 길고양이다.

아버지를 모르고 자란 여자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다니고, 스스로가 좋아하는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의 식당을 운영하고, 고양이와 가끔 말을 주고받으며(집사들이 하는 혼잣말이다) 자신의 삶을 찾아간다. 이미 충분히 경험을 쌓고 나이를 먹은 그녀는 작은 일들에 크게 반응하거나 하지 않을 만큼 관록이 있다. 사람을 보는 눈도 있고, 자신의 출생을 밝혀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움직일 만큼 이성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 그리 커다란 대서사시는 없다. 하지만 내면의 생각과 감정 묘사가 잘 되어 있고, 고양이 떠났을 때의 슬픔이 전해올 만큼 이입을 잘 이끌어낸다.

드라마틱한 소재 (불륜, 출생의 비밀)를 과장 없이 담담하게 이성적으로,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점이 도드라지는 책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기적이지 않은 주인공과 그녀 주변의 사람들. 덕분에 읽는 내내 큰 감정의 요동 없이 평화로운 느낌을 받았다. 가끔 북잡북잡한 현실에서 잠깐 빠져나오고 싶을 때 읽으면 마음의 여유를 잠시나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분들에게는 많이 슬플 수 있다. 그녀는 타로를 진정한 반려동물로 생각했고, 타로가 떠났을 때 그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추억하며 슬퍼한다. 그 과정이 참 가감없이 그려져 있다.

나도 고양이를 기르지만 외출 냥이인데다 오랬동안 외국에 있던 탓에 ‘없이 못살아..’ 같은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아마도 나보다는 가족들이 더 가까울 것이다. 두마리의 개냥이륵 키우는 언니는 이 책을 읽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사람의 반도 안되는 수명을 가지고 태어난 고양이가 언젠가 긴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봐야하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읽으며 잠깐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아직 건강히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철없고 겁많은 (그런 주제에 맨날 사라지는) 고양이가 아직 건강히 살고 있더서 다행이다고. 그 모습이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될 때 까지 너를 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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