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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Diary
한참 소설의 재미를 알아갈 무렵, 무려 호주에 있는 도서관에 몇 안되는 ‘한국어 소설’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이 있었다. 언젠가 한번 읽었던 것 같은, ‘빵가게 습격 사건’이 실린 단편 소설집이었다. 책을 집어든 자리에서 완독한 나는 생각했다. 아, 이 사람은 천재구나. 그 후, 시간이 꽤 지나 코로나가 터져도 재밌는 소설은 조처럼 쏟아지지 않는다는 걸 실감할 때 쯤, 단비처럼 단편 소설집이 발행되었다. ‘일인칭 단수’ ...? 이름 참 묘하다. 굳이 말하자면, 딱 떠올렸을 때 일인칭은 하나다. ‘나’ 그러니 단수일 수 밖에 없다. 조금 더 생각하면 ‘우리’도 있나? 그렇다면 이건 오롯이 ‘나’ 를 의미하는 말이었을까. 일인칭. 단수. ‘나’ 결국 나라는 한 사람을 칭하는 말일까. 우리 중에 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내가 비행기 안에서 읽은 몇 안되는 책이다. 호주에 살면서 꽤나 자주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했던 나는, 꼭 책 한권씩을 읽고는 했는데, 그런 책 중 하나였다. 특히 이 책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책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친한 언니의 부탁으로 한국에 들려오는 길에 사다 주었던 것이다. 책을 사들고 비행기에 올라 편 자리에서 읽고 덮었던 책이다. 언니는 히가시노 게이코의 팬이기도 했는데, 나는 그 때 까지 이 작가에 대해 커다란 감흥이 없었다. 워낙 한국에서 유명한 작가로 알려져 있어, 작품은 몇 개 알고 있었고 읽으려고도 해 보았지만, 그녀의 유명한 작품들은 대게 당시의 나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내용의 전개는 흥미로웠지만 다소 '템포가 느린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벌써 꽤 오래 지난 것 같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라는 스미노 요루 작가의 책을 읽고 '참 풋풋하다'생각했었다. 뭐랄까 깊이 있는 작가에게서 나오지 않는 어리숙함과 풋풋함이 있었다. 그 풋풋함이 고등학교 학창시절의 첫사랑이라는 소재와 어우러지며 괜찮은 시너지를 내었다. '췌장을 먹고 싶다'는 자극적인 제목부터, 그게 로맨스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뻔한 메타포. 게다가 소년이 보는 티비에 스치는 지나가던 뜬금없는 '묻지마 살인사건'의 뉴스는 너무나 뻔한 복선이었다. 책을 반도 읽기 전에 결말이 보였다. 하지만 괜찮았다. 원래 대부분의 이야기는 다 알고도 보는 거니까. 그런의미에서 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에 어울리는 이야기었다. 그래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부분은 뻔한 독자의 기대를 만족시킬만했기에 어린감성을 ..
또 어떤 책을 읽어볼까 하고 베스트셀러를 뒤적이던 중이었다. 눈에 띈 익숙한 표지. 몇 년 전 호주에서 지인에게 선물받아 읽었던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다. 당시 한국에 다녀온 지인이 있었는데, 선물을 사다줄지 물어보기에 ‘재미있는 소설이 읽고싶다.’ 고 답했다. 그는 돌아오던 날, 작은 선물과 함께 이 책을 쇼핑백에 담아 건넸다. 소설가가 되고 싶어 했던 그는 간혹 초고를 보여주고는 했다. 그의 초고는 불륜 범죄 스릴러 였는데, 시간상 순서가 뒤죽박죽 되어 있었다. 그런데 너무 꼬아놔서 도통 누가누구인지 분간이되지 않았다. 남자 하나 여자 둘 밖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 였는데 어떤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였다. 커다란 스토리는 이해가 되었지만 너무 뒤죽박죽이라 읽기 어렵다고 솔직히 말했었..
꿀벌과 천둥 국내도서 저자 : 온다 리쿠(Onda Riku) / 김선영역 출판 : 현대문학 2017.07.31 상세보기 은 피아노 콩쿠르를 소재로 한 온다 리쿠의 장편 소설이다. 이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꼬박 7년의 시간을 들여야 했다는 작가는 몇번이나 콩쿠르를 관람하고 취재하며 생동감 넘치는 현장을 그대로 전해준다. 피아노 콩쿠르에 대한 관심도 없거니와 연주회라면 모를까 대회를 참관한 적은 더더욱 없던 나로서도 그 긴장감과 중압감이 그대로 전해와 책을 쉬이 덮을 수 없었다. 이 책에서 시사하는 '꿀벌과 천둥'은 아마도 해성처럼등장한 양봉꾼의 아들인 가자마 진 일 것이다. 가자마 진은 그야말로 천재적 음악성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한번도 정규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이 아이를 엘리트 집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