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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Diary/소설

쇼코의 미소

Lamore 2020. 10. 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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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작품으로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던 최은영 작가의 또 다른 소설, '쇼코의 미소'다. 시기상으로는 쇼코의 미소가 먼저 출간되었다. 내가 아직 호주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e-book으로 재밌게 읽었던 몇 안되는 책 중 하나다. 

 

쇼코의 미소는 한국인 여자의 시점에서 '쇼코'라는 일본 여자아이에 대해 쓴 소설이다. 놀라운 점은 정말 일본에 있을법한 캐릭터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는 설정이었다면 다소 억지스럽고 기괴할 수 있는 몇몇 요소가 일본인이라는 설정으로 무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그걸 담아냈다는 것이 놀랍다.

 

 

쇼코는 매력적인 소녀다. 책을 읽는 것 만으로 그녀의 여리여리한 몸과 지켜줘야 할 것 같은 힘없는 미소가 전해오는 기분이다. '그녀의 웃음에는 이질감이 있다.' 는 표현. 사실 일본에서 친구들을 사귄적이 있다면 퍽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내가 만난 일본 사람들 중 몇몇은 굉장히 이질적인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굉장히 활짝 잘 웃지만, 진심이 아닌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묘한 느낌을 주는 웃음. 일본에서는 '猫をかぶる’(고양이를 뒤집어쓴다.)라고 한다. 의역하자면 '내숭을 떤다.'는 의미인데 좀 더 본격적으로, '인위적으로 꾸민 대외적인 모습'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나온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는 아마도 이런 관용어를 인용하여 만든 표제일거라 짐작한다. 울고싶은 본심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쓴다. 는 의미의 '고양이 가면을 쓴다.'는 표현. 실제로 일본 제목의 표현은 ’泣きたい私は猫をかぶる’다. 울고싶은 나는 고양이를 뒤집어쓴다. 그런 의미에서 쇼코의 미소는 매우 닮아 있다. 자신의 울적함과 내적 갈등을 숨기기위해 그녀는 대외적인 미소를 짖는다.

 

쇼코는 며칠을 '나'(쇼코를 관잘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화자)의 집에서 머물게 되는데, 그 때 쇼코는 나의 할아버지와 친해진다. 정확히는 묘한 애정이 싹튼다. 뭐랄까. 애정? 애착? 같은 느낌이다. 그녀를 바라보는 할아버지는 단순히 할아버지가 손녀를 보는 느낌이 아니다. 그를 넘어선, 무언가 '교감하고 있음'이 글을 읽으며 느껴진다. 쇼코가 돌아간 후, 하아버지는 쇼코에 대해 궁금해한다. 쇼코는 나와 할아버지 모두에게 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그 편지의 이야기는 상이하다. 무엇이 그녀의 진심일까. 혹은 무엇도 그녀의 진심인걸까.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편지가 끊기고 얼마 안되어 나의 할아버지는 영면한다. 그때까지도 할아버지는 쇼코를 그리워했다. 쇼코와 할아버지의 우정을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묘한 일이다. 이상한 일이다.

 

후에 쇼코를 찾아가 다시 연결된 쇼코와 이야기하며, 그녀에 대해서 이해하게 된다. 독자들의 알 수 없는 의구심 같은 것도 이부분에서 꽤 많이 풀린다. 그녀는 많이 병들어 있었다. 마음이 병들어 있던 그녀는 사람들의 관심과 통제가 구속으로 느껴지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녀는 그녀의 할아버지에 의해 구원받았지만 그 후로 감시하에 놓여진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 (그녀가 죽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결국 마지막까지 나는 쇼코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녀의 마음을 알 듯 알 수 없다. 아직 소녀였던 학창시절, 그때의 감성으로 돌아보아, 그녀의 상황과 그녀의 행동에서 추측하는 그녀의 성격과 그런 그녀가 할아버지와 공감할 수 있었던 연유에서 생각하는 연결고리는 깊게 생각할수록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파오는 기분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이해하고자 하면 끝도 없이 내려가 이해함과 동시에 나 또한 빠져들고마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마음이 병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헤어나오는 법을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은 비련의 주인공이며, 피해자이며, 수동적이다. 그들은 대게 사람들을 쉽게 믿고 의존하지만 상처가 많아 열심히 자신을 감춘다.  

 

그녀의 감성을 이해하는 것이,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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