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Diary
불륜, 파울로 코엘료 장편소설 본문
책 좀 읽는다는 사람, 독서를 좋아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늘 '좋아하는 책이 뭐에요?' 라는 질문으로 흐른다. 그럴 때 나는 보통 '작가를 따라 간다'고 대답하는데, 얘기하다보면 대부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나라에 '연금술사'로 많이 알려져 있는 파울로 코엘료가 그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나는 이 책을 추천한다. 사실 연금술사도 스치듯 읽은 기억이 있지만 큰 인상을 받지 못했었다. (조만간 다시 읽어봐야겠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이름부터 인상적인 소재를 거부감없이 표현했다. 이 책은 불륜을 옹호 하거나, 단순히 불륜의 자극적인 행태를 서술한 웹소설과는 조금 다르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온 유명한 소설가의 특징은 '사람의 복잡한 감정을 행위로 묘사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말 할 것도 없고, 주변인물에 감정과 성품에 대한 묘사에 중점이 있다. 희대의 명작으로 꼽히는 '안나 카레니나'도 역시 불륜을 소재로 했지만 세대가 지나도록 명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인물에 대한 묘사다. 모든 등장인물의 내면을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인식시킨다.
*다소 줄거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모든 여자가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사라가는 여기자의 이야기. 사실 촉망받는 여기자 이지만 일을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부자인 남편을 두고 예쁜 자식이 있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옷을 걸치는 여자는 어느 날 한 인터뷰에서 주고받은 대화를 계기로, 자신의 일상에 무료함을 느낀다.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으로 나의 삶과 삶의 의미가 종결되는 것인가? 그런 생각에 빠져든 여자는 모험을 찾아 '불륜'을 시작한다.
물론, 불륜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녀는 잠깐 불륜에 폭 빠져 '사랑이라고 착각'하지만 상대편 남자는 모든 걸 버리고 떠날만한 정렬적인 불륜에는 가담하지 않는다. 다만 여자는 불륜을 통해 잊고 있던 쾌락을 되찾기도 하고, 남편이 알아챈건 아닐까 불안해하기도 한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이 여자의 '남편'이다. 불륜을 저지르는 그녀의 심리와 성품, 사랑에 빠졌을 때 갖게되는 환상과 여파도 너무나 잘 묘사되어 있지만 그 모든걸 지켜보는 남자의 심리, 특히 이 남자의 성품은 '이게 진정한 사랑인가!' 싶을 만큼 감동적이다. 뭐랄까, 단순히 여자와 남자의 사랑을 넘어선, 사랑을 기반으로 한 여유와 포용을 갖추고 있다. 읽다보면 이런남자라면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설이니까 가능할 것만 같은 이상적인 성품을 지닌 남자다.
비록 불륜이라는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소재를 다루었지만, 큰 선입견을 갖지 않고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우선 파울료 코엘료의 특유의 문체는 독자를 몰입시키기에 부좀함이 없고,
내용의 전개는 우리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이 다소 자극적이며 지루함이 없다.
장편 소설임에도 단편 소설같은 느낌을 받을 만큼 몰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불륜을 '미화'하지도 않지만 '과장'하지도 않아 거부감이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장인물. 특히 '남편'의 성품이 주목할만 하다.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보다 큰 주제를 생각하게 하는 기분좋은 여운을 남기는 책이라 하겠다.
*다만 그 제목과 소재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어 나는 본래 책을 좋아한다는 사람에게만 이 책을 추천한다.
이제 막 소설에 접근 할 때에는 조금 더 무난한 소재의 단편소설부터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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