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Diary

십년 뒤 돌이켜보는 마시멜로 이야기 본문

Reading Diary/에세이, 비문학

십년 뒤 돌이켜보는 마시멜로 이야기

Lamore 2021. 1. 8. 21:04
반응형

 

이제는 'mashmallow'[마쉬멜로우]라고 읽어야 할 것만 같은 마시멜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어릴 적 이 이야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나 역시 초등학교 시절 이 책을 읽었었다. 이 책은 '마시멜로 실험'을 바탕으로 한다. 실험에 이야기를 하자면 이렇다. 

 

영유아 아이들의 눈 앞에 달콤한 마시멜로를 주고 몇분동안 잘 참고 마시멜로를 먹지 않으면 조금 있다가 마시멜로를 더 준다는 이야기를 한다. 

단 몇 분만 참으면 마시멜로를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언뜻들으면 모두가 참고 마시멜로를 더 받기를 선택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잠깐의 충동을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짚어먹고는 만다.

그렇게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들과 잘 참고 더 많은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들을 그룹지어 그들의 미래를 추적했다. 그랬더니 놀라운 이야기가 벌어졌다.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잘 참은 아이들이 충동을 이기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날씬하고 똑똑했으며, SAT점수가 평균 210점이나 높았던 것이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정말 이 세상은 참을 성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인 걸까? 이 책은 마치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딘지 싱빙성이 있어보이는 이 이야기는 전국적으로 퍼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이 더 지난 지금, 어릴 때 그 책을 읽었던 나는 어느덧 20대 후반의 어른이 되었다.

 

 

 

 

오늘의 달콤한 마쉬멜로우를 먹지 않으면 내일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 지나고보니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참을성' 이라기 보다 '자기 통제 능력'에 가깝다. 스스로 계획하고 그걸 지켜갈 수 있는 능력 말이다.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한 유명한 교수가 말했던 '시간관리 방법'을 예로 들 수 있다. 아주 유명한 강의지만 혹시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서술하자면 이렇다.

한 교수가 시간관리법을 이야기하며 투명한 어항에 돌을 담기 시작한다. 커다란 돌을 넣은 다음 교수가 묻는다. 어항이 꽉 찾습니까? 그러고는 조금 더 작은 돌을 사이사이에 채워넣는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어항이 다 찾습니까? 그리고는 이제 조그마한 자갈들을 넣는다. 다 찾나요? 그리고 이번에는 모래를 붓는다. 이제 다 찾습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을 붓는다. 

그리고는 묻는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입니까?

한 학생이 말한다. 아무리 바빠도 틈틈히 시간을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교수는 이야기 한다. 나는 그런 이야기나 하려고 보여준게 아닙니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는 '가장 큰 돌을 먼저 넣지 않으면 영원히 넣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수는 설명한다. '여러분의 시간도 마찬가지 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하세요. 그걸 먼저하지 않으면 영원히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교수가 말하고자 한 것은 time management based on priority였다. 우선순위에 따른 시간 분배. 간혹 중요한 일을 부담스러워 미루는 사람들이 있다. 시험공부를 해야하는데 청소하다 끝나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언제든 할 수 있는 일, 안해도 문제 없는 일을 하느라 정작 지금 꼭 해야하는 일을 미루다 보면 어느새 어항은 모래와 물로 가득 차 큰 돌을 넣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다. 

 

나는 마쉬멜로우 이야기가 이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를 더 먹고싶다는 나의 목적, 이득을 생각했을 때, 지금 먹는 것보다 나중에 먹는게 합리적이라는 사고를 거치고 그걸 실천하는 과정. 그것이 바로 이 실험이다. 

시험기간, 게임을 하고 싶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시험이 끝나고 일주일 내내 게임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기다린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게임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시험이 끝나고 나면 게임이 재미없어진다는 함정...)

 

 

그리고 이 실험은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단연 시간 뿐 아니라 감정 컨트롤도 마찬가지다. 당장 눈앞에 있는 상사가 내 공로를 갈아채거나, 내 잘못이 아닌데도 오해하고 면박을 주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이런 일을 당하면 우선 황당하고, 나를 막대하는 이 사람에게 화가 나거나 적어도 얼굴이 구겨질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야한다. 우리가 지금 눈앞에서 당장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면 억울함이 들하고(?) 할 말은 했다는 만족감은 들 지언정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건방지다는 이유로 찍혀서 앞으로의 사회 생활이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자, 화를 내야 마땅한 상황에 화를 내는 것을 '마쉬멜로우'라고 해 보자.

반대로 화를 내지 않으면 우리는 잠시 뒤에 오해가 풀리고 상사의 미안함을 획득할 수 있는 이른바 '두번째 마쉬멜로우'를 얻을 수 있다. 

 

참지 못하고 그 순간에 부정적인 감정을 보이는 사람은 나중에 오해가 풀렸을 때도, '대들었다' '건방지다'등의 이유로 얼토당토하지 않은 취급을 받으며 '깐깐한 부하직원'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을 참고난 뒤를 '생각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보상, 적어도 찍히지는 않는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살아보니 그랬다. 마쉬멜로의 법칙은 '인내'라기보다는 '상황판단과 자기제어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상황을 판단하고 내게 더 이득이 되는 (마쉬멜로우를 얻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 첫 번 째요, (실제로 두번째 마쉬멜로우를 준다는 상황을 의심해서 먹은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로 주는지 않주는지 확인하고 먹는 것이 더 똑똑한 판단이다) 자기가 해석한 대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자기 제어 시스템(실제로 기다리는 행위)이 두번째다. 

 

이 두개를 잘 하는 사람은 사회생활을 못할 리 만무하다. 

 

 

 

이제 누구나 생각해보는, '나는 마쉬멜로우를 먹지 않고 기다리는 아이였나?'를 생각해보면, 나는 그렇지 못했다. 당장 나의 이익보다 주위의 시선이나 눈앞에 있는 무언가를 직시하는 타입이었다. 아마 내 눈앞에 똑같은 실험이 펼쳐졌다면 나는 보란듯이 종을 울리고 그 마쉬멜로우를 먹어치우며 고통스러워 하는 아이들 앞에 우쭐해 했을 것이다. 

 

그리고 곧 결과가 밝혀지고 두번째 마쉬멜로우를 손에 쥔 아이들을 보며, '흥 난 하나면 족해'라고 쉰 포도 취급을 했을 아이었다. 그리 현명하지 못했다. 

 

 

다행인점은 이런 나조차 사회에 나와 삶을 겪으며 변해간다는 것이다. 이제는 눈앞에 무엇이 있든 크게 일희일비 하지 않는 재미없는 어른이가 되었다. 

 

앞에서 사람이 화를 내도 머릿속으로 그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가장 원만한 해결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있는 나는 확실히 '사회화'가 되었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렇게 성향이 변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누군가 훈련이라도 시켜 주었다면, 그렇게 하는게 더 이득이라는 것을 합리적으로 잘 설명해 주었다면 나의 삶은 더욱 순탄하고 쉽게 흘러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