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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제안, 고민상담사가 되다.

Lamore 2021. 2. 16.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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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이메일로 브런치를 통해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다. '새롭다' 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설렌다. 하지만 이 메일에 첨부된 아래의 이미지. 저 이미지가 나를 더욱 설레게 했다. 초대장같은, 계약서같은, 수표같은(?) 느낌의 깔끔한 느낌이었다. 역시 무채색과 나무톤의 조합만큼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이메일을 열고, 제안을 확인했다. 제안을 보낸 사람은 '윌슨'이었다. 고민상담을 해주는 어플리케이션.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어플인 듯 했다. 아마도 내 글 중 연애와 관련된 글을 보고 보내온 듯 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윌스너'가 되어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아주 약간의 보상(?)도 주었지만 10분에 1,000원 같은 정말 소정의 돈이었다. 음, 약간의 지속성을 위한 격려금? 같은 느낌인걸까. 

 

그렇다면 돈을 보고 할 건 아니었다. 

 

다만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상담사로서 새로운 저녁 일과가 시작되었다. 윌슨에서 처음 시작한 상담거리는 '연애'였다. 연애, 이성간의 문제만큼 평생 골치를 썩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안정적인, 성숙한, 잘 맞는, '짝'을 만나 안주하기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방황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떤 스테이지에서건 연애에 대한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어도 어느 한켠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연애세포를 놀리고 있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새로운 역할,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랬다.

 

우선, 활동 시간은 밤 9시에서 새벽 2시까지 하루 다섯시간. 제안을 받을 수도, 안 받을 수도 있었기다. 그렇게 요청이 들어오고 수락하고 매칭이 이루어지면 요청한 시간동안 상담이 진행되었다. 보통 30분 가량을 상담하게 되는데 상담 시간은 충분했다. 짧게 느껴졌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상담을 진행하고 10,000원 이상의 포인트가 쌓이면 돈으로 환급을 해주는 시스템 이었다. 상담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다들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한달동안 지켜보며 알게 된 것은, '상담을 신청한 사람이 다시 신청을 한다.'는 것이다. 상담 요청이 들어오면 매칭을 시켜주는데, 같은 아이디의 같은 고민을 올린 사람들을 꽤 여러번 보았다. 다른 윌스너의 말을 들어보고 싶은 건지, 전에 매칭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일주일이나 지나 똑같은 고민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며,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걸까. 혹은 이미 조금 진행되었으나 새로운 글을 쓰기보다 매칭이 되고 말하기를 선호하는 걸까. 

 

 

사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다. 답은 대게 알고 있고, 정해져 있지만 우리는 다른 '해박하고 신박한'해결책을 원한다. 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한 더 나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결과를 누군가가 이끌어주지는 않을까. 혹은 내가 원하지만 하고있지 못한 결단을 떠밀어줄 누군가가 이 안에 있지 않을까. 

대게 모든 연애고민은 '내 확신을 확신으로 만들어주는 것'을 바란다. 이 사람을 잡으라고 해주세요. 이 사람을 포기하라고 해주세요. 이 사람은 아니라는걸 아는데 포기하지 못할 때, 이 사람을 잡고 싶은데 용기가 없을 때, 그런 '한 걸음'이 부족할 때 우리는 상담을 한다. 그리고 한 사람의 '한 마디를 한 걸음 삼아'나아간다. 

 

 

사실 연애라는 것이 그렇다. 내가 어리면 한 없이 어려지고, 내가 성숙하면 한 없이 성숙해지고, 내가 성숙한데 쟤가 너무 어리면 결국 파토가 나고 마는 것이 연애다. 사람의 궁합만큼, 마음의 크기만큼, 나와 그 사람의 '시기'가 더없이 중요하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어울리는 분야도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많이 엇갈리고 많이 힘들어한다. 특히 어린날의 연애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 양상은 모두 다른다. 비슷한 듯 다른 경험들 속에 우리는 섣불리 조언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조언이 아닌 위로다. 그저 이 사랑을 통해 우리에게 상담을 신청한 누군가가 조금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보다 행복한 결정을 할 수 있기를, 조금은 상처가 덧나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꽤 게으르고 잠이 많은 글쟁이라, 그리 많은 상담을 받아주지는 못했다. 늘 12시 즈음에는 잠에 들었고, 그마저도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나, 누군가와 함께일 때는 휴대폰을 보지 않는 습관이 있어 좀처럼 상담에 임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뒤, 만포인트를 조금 넘은 시점에, 나는 '순전히 후기를 위한' 환불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윌슨 코인 내역을 확인하고 '환급하기' 버튼을 눌렀다. 환급은 만원 단위로 가능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저 '개인정보 수집에 관한 안내'를 눌렀을 때, 하얀 화면만 보인다는 것이다.

(오류가 아니다. 몇 번이나 해보았다.)

단순히 렉이 아닌 정말 하얀 화면만 나왔다. 응? 이걸보고 그냥 동의 하라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얼마 되지도 않는 금액인데다 이 정보만으로 특별히 할 수 있는 것도 없겠다 싶어 그냥 진행해보기로 했다. 

 

심사 후, 승인을 받으면 매주 월요일에 환급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나의 프랑스어를 하면서 날린 한달 3만원을 여기서 채우면 되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연휴가 끝난 이 시점, 모두가 고민 없는 행복한 밤을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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