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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Diary/에세이, 비문학

5분작가 by 마그레트 제라티

Lamore 2020. 4. 2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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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작가

국내도서저자 : 마그레트 제라티(Margret Geraghty) / 이경희역출판 : 중앙북스 2013.11.05

 

격리 생활이 시작되고 삼일정도가 지났다. 긴 비행으로 피곤한 몸을 누이고 잠을 자기도 지쳐 이제는 무얼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유일하게 집에 있던 책 두권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읽다 만 듯 50 페이지에 갈피가 잡혀있던 이 책을 집어들었다. 고등학교 시절 이후 자기계발서에 흥미를 잃었던 나는 어떻게하면 글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해 저술한 이 책이 퍽 끌리지 않았다. 평소같으면 책을 펴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달리 할 일이 없던 나는 재미없게 읽었던 또 한권의 책인 '화폐전쟁' 대신 이 책을 먼저 읽기로 했다. 자가격리가 시작되고 이튿날 바로 책을 듬뿍 주문했지만 지난밤 주문한 책이 하루만에 배달이 될리 만무했다. 그렇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질릴때면 책을 폈다.

 

어떻게하면 글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해 친절히 적혀있는 이 책은 일기를 처음 쓰거나 글을 처음 전문적으로 쓰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북 같았다. 전체적으로는 사색의 중요성과 글을 만드는 습관에 대해서 쓰여 있었다. 사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글을 많이 읽는 것 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글을 많이 읽고 쓰다보면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된다. 무엇이든 깊게 생각해보는 것(사색)에 대한 중요성은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금세 알 수 있다. 단연 글 뿐만 아니라 말을 할 때에도 생각을 깊게 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화를 내는 사람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화가 많은 사람이네.'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에 관심을 가지고 깊게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화를 내는 사람에 대한 상황과 그 사람이 가지고 자랐을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보통 화는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는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은 여기에도 적용이 되는데, 화를 전혀 안내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대게 화가 없다. 어떤 일에도 괜찮은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표출이 된다는 것이다. 화를 내는 다신 반성을 한다던가, 의기소침 하거나, 현명하게 이를 잘 알만한 사람과의 대화로 풀어가는 사람, 웃고 넘기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은 같은 부정적인 일에 대한 반응을 다르게 키워 온 것이다. 이런 환경의 중요성은 나라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굉장한 실례라고 생각한다. 혹여 연인끼리 싸우더라도 목소리를 높으면 바로 '목소리를 높여 죄송합니다.'고 사과하기 일쑤다. 이런 그들에게 작은 일에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것은 무척 이상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공공장소가 아니라면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대해 크게 여의치 않는다. 지역에 따라 억양으로 화를 낸다고 오해를 사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도 싸울 때 목소리가 높아지는 일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과거에 기인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야 이 멍청아!'라는 말을 듣고 화가 나는 사람과 화가 전혀 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받아들이는 관점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저 말이 자신을 무시하고 비하한다고 받아들여지는 사람일 수록 화가난다. 하지만 네가 그렇게 말한 들 나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확실히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무시하거나 '응 그래.' 하고 대화를 단절하거나, '뭐 이 멍청아!' 하고 놀려준다. 같은 말에 감정적인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있는건, 개인에 따라서는 감정을 건드리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치 뚱뚱한 사람에게 뚱뚱하다고 놀리면 화가 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은 사실 생각을 조금만 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을 하지 않으면 막상 이런 화제에 대해 쉽게 말을 풀지 못한다. 두뇌의 차이가 아닌 얼마나 이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가가 언어의 차이를 만든다. 넓고 깊게 하나하나 사고해 볼 수록 다양한 것에 대해 풀어갈 말이 생겨난다. 풀어갈 말이 많아지면 자연히 쓸 말도 많아지게된다. 그게 사람의 심리이던, 환경 문제이건, 정치나 경제에 대해서건 연애에 대해서건 마찬가지다. 다양한 것에 대해 많이 사고하는 것은 글쓰기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을 만드는 습관은 그 다음에 와야 한다. 습관이라 할 것도 없이, 생각이 많아지다보면 어느순간 발화 하게 된다. 그게 일기가 될 수도 있고, 메모가 될 수도 있으며,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풀어갈 수도 있다. 그렇게 이야기를 깊고 길게 풀어갈 수록 말을 하면 화법이 늘고 글을 쓰면 글재주가 된다. 아무리 다양한 사건을 목격한 들, 그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한문단도 쓸 내용이 없다. 

 

참고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이 글에 잘 나와있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 호화스러운 환경에 놓여있지 않기에 우리는 할 수 있는 경험이 극히 제한적이다. 갑자기 유람선을 타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없고, 전세기를 타고 먼 나라로 이민을 갈 수도 없다. 사람들이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하는 자극적인 소재를 직접 겪어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평범한 우리들은 평범한 사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책에서도 말하듯, 간접 경험과 상상력은 우리에게 많은 배경지식을 제공한다. 우리는 그 재료를 가지고 상상에 나래를 펴며 그 사람이 느꼈을 감정, 기분, 상태 등을 알아간다. 물론 경험만큼 좋은 것은 없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무엇이든 겪어보는 것이 글을 쓸 때에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글을 많이 쓰는 것도 퍽 중요하다. 당장 글을 잘 쓸 수 없더라도 글을 쓰는 습관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는 고등학생 때 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의 글을 보면 정말 어수룩하다. 이렇게 생각이 없었나 싶을 정도로 생각보다는 겪었던 일에 대한 글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그렇게 들인 습관은 지금까지 이어오고, 지금은 겪은 일에 대해서보다 겪은 일에 기인된 생각이 글의 주를 이룬다. 하나의 일을 겪어도 그에 대한 생각으로 몇장의 글을 쓰게 되었다. 무슨 일만 있으며 글을 쓰는 것이 습관이 되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을 글로 옮기게 된 것이다. 그렇게 10권이 넘는 일기를 쓰며 내 삶에는 자연히 생각과 글이 가득해 졌다.

 

이렇게 애초에 생각이 많고 글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면 자연히 알가게 되는 일을 조금 더 학술적인 관점에서 알아갈 수 있게 풀어놓았다. 이 조차 자연히 알아도 그에 대해 생각하여 써 보지 않은 사람과 쓰는 사람의 차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좋은점은 관점을 설명하는데에 있는 적절한 예에 있다. 각 단락마다 해당 주제와 관련한 글과 소재들이 조금씩 소개되는데, 여기에 소개되는 책과 영화는 명작들이 수두룩 하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포레스트 검프'도 그렇고, 너무나 유명하지만 그 대사가 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을 '셜록 홈즈', 왓슨 박사의 전화내용도 그렇다.  이곳에 소개된 자료들은 시청 후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들이 많다. 함께 참고하면 정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언급 되었듯이 사람의 심리와 글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의깊게 주변을 관찰하는 것, 선입견을 버리고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것(이 대목을 읽을 때에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생각났다. 더이상 사물을 사물 이상으로 볼 수 없게 되는 슬픈 이야기는 세상을 너무 건조하게 바라보는 우리들에게 아련한 아픔을 전한다.), 제한을 두지 않고 정말 말도 안되는 상상까지 해 보는것, 보이지 않는 것까지 생각해보는 것, 그리고 생각을 글로 써 보는 것까지 모든 것은 연결된다. 사람의 삶의 구석구석이 그 사람의 글과 연결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까 보다 어떻게 하면 생각을 풍요롭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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