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Diary
시애틀 심플 라이프 by 혜박 - 우리 모두의 에세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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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심플 라이프는 모델 혜박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의 단순하고 행복한 삶을 찾아가기까지 그녀의 선택과 그 동기,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담겨있다. 책을 통해 보는 그녀는 스스로를 아끼는 스스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다. 사실 스스로를 안다는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이는 더더욱 어려운일이 되어가고 있다. 다수의 의견이 무조건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자연스레 수요에 따라 마음이 기우는 것이 사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쓰지도 않을 명품을 동경하고, 건강함보다는 보기예쁜 체형을 선호하며,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들에 집중한다.
그녀 또한 그런 삶을 오래 살아온 듯 보인다. 명품백과 구두들로 치장을 하던 그녀, 슈퍼모델이라는 큰 키 (178cm) 에 47키로가 나갈만큼 삐쩍마른 체형을 유지하며 살아왔다. 모델이라는 직업은 더더욱 그녀를 이런 강박관념에 미루어 넣은 듯 했다. 그런 그녀는 성장하며 더 중요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명품 백, 가득 차 있던 옷도 그렇지만 그녀가 늘 신경쓰던 마음의 상처나,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법 등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며 스스로를 찾아간다.
그녀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라고 누누이 이야기한다. 들지도 않을 명품백을 처분하지만 스스로에게 의미있는 물건은 이미 닳고 닳아도 버리지 않는다. 그녀는 말한다. 버리고서도 아쉽지 않고 편안하게 잘 살아간다면 그건 잘 버린 것 이라고 말이다. 그녀의 말은 많은 부분 공감이 간다. 그녀는 한번은 신발, 한번은 옷, 한번은 식기구에서 그녀가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버렸다고 이야기 한다. 많이 모셔두고 신지 않는 하이힐을 정리하고 발이 편하고 소박하게 예쁜, 부담없이 신을 수 있는 신발을 애용한다. 몸도 마음도 편안하다. 가득가득 쌓여있던 옷을 정리한다. 해진 옷은 버리고, 안입지만 멀쩡한 옷은 나누어준다. 그녀의 옷장에는 모노톤에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으로 가득하다고 그렇게 말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도 다르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매일매일 화려하게 꾸미고 다니는 것은 여간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예쁘고 화려한 옷이 100벌 있다한들, 정작 입게 되는 날은 일년에 100일이 될까말까 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100번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모든 옷들은 1년에 한번 입게 된다. 게다가 이런 옷들은 유행이 지나면 더이상 예쁜 옷이 아니게 되는 엄청난 사치가 된다. 한번 입고 버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얀 셔츠를 좋아하는 그녀는 변색이 잘 되고 결국 소모할 수 밖에 없는 특성을 고려해 저렴한 가격의 하얀 셔츠를 열심히 입고 버리고 새로 산다고 한다. 하얀 옷은 하얗게 입어야 하는 법. 그녀는 옷을 제대로 알고 있는 듯 하다.
한참 요리에 빠져있던 그녀는 중간중간 블로그, 영상 등에서 보이는 예쁜 식기와 조리기구를 사 모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순간 수납공간이 부족해졌고, 결국 가볍고 쓰기편한 5가지의 기구만 남기고 모두 버리거나 나누어주었다고 썼다. 읽으면서 어머니가 생각났다. 어머니는 식기와 조리기구의 욕심이 있어, 예쁘고 실용적으로 비춰지는 광고를 접할 때면 꼭 주문을 하고는 했다. 이제는 창고가 모자라 다 넣지 못할 정도로 조리기구가 많다. 이 마저도 많이 쓰기 전에 바뀌는 게 대부분 이기 때문에 해지거나 버릴만한 것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딸들에게 나눠주기에는 나가 사는 딸은 정말 지나칠 정도의 심플라이프를 추구하는 여자다. 작은 냅비하나, 프라이팬 하나가 전부다. 식기도 밥그릇, 국그릇, 접시와 종지그릇각 2점 뿐이다. 여기에 그녀가 직접 구매한 것은 하나도 없다. 나 또한 독립해서 어머니의 식기를 덜어드리면 좋겠지만 이제 막 귀국을 한 나는 다음 행선지를 정할 때 까지 언니와 같이 살기로 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한번쯤 어머니가 큰 마음을 먹고 정리하면 좋을탠데 하는 생각을 한다.
생활에 필요이상의 것을 가지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도 그녀는 참 건강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피부에도 스스로 맞는 제품을 찾아 간단하게 바르고, 잠도 참 많이 (무려 11시간이라고 한다) 잔다. 또한 그녀는 건강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스스로를 남의 기준에 빚대어 폄하하지 않으며, 그들의 잘못을 담아두지 않는다. 마음이 넓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의 삶에서는 여유가 느껴진다. 초조함이 없다. 그녀는 이제 모델일을 하기 위해 무리하게 47kg을 유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가 말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그녀의 무게를 모른다. 그녀는 운동을 하며 몸의 노폐물을 배출하고 근육량을 늘려 더 탄탄한 몸매를 갖춘다. 그녀는 건강하다. 몸도 마음도 예쁘게 건강하다.
그녀의 에세이는 우리 모두의 에세이다. 그녀는 글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그녀의 분야에서 삶을 살아가며 생을 배웠다. 그런 그녀의 삶을 담아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든 사람이 글쓰기를 전공할 수는 없다. 모두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다양한 경험을 한다. 우리 모두는 하나의 커다란 생을 만들어간다. 누구도 똑같은 삶을 살아간 적이 없는, 돋보적이고 유일한 삶을 살아간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우리는 그 속에서 가끔은 공통된 깨달음을 얻거나 사소한 차이를 발견하기도 한다. 같기에 반갑고 다르기에 재미있는 우리 모두의 에세이. 혜박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속에서 우리의 삶도 함께 그려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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